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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지만 참회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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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① 학살에서 화해로 - 르완다 서수민 기자 김경호 기자 » 이웃앞에 선 가해자와 피해자 르완다 수도 키갈리로부터 40㎞ 떨어진 한 마을에서 전통 방식의 마을재판인 ‘가차차 법정’이 열리고 있다. 한 여인(왼쪽 손 든 이)이 가해자(오른쪽 선 이)에게 1994년 인종청소 당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연유를 묻고 있다. 키갈리/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기아와 에이즈, 내전, 학살로 얼룩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은 무서운 속도로 통합돼가는 세계의 바깥에 섬처럼 방치돼 있다. 그러나 불모의 땅에서도 소중한 희망의 싹은 움트고 있다. 검은 대륙에서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아프리카 민중들의 몸부림을 아홉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바로가기마을법정 통해 고백과 용서…인종청소 아픔 다독여 지난 7월 찾은 르완다의 자바나 마을. ‘천의 언덕 나라’라는 이 나라의 애칭이 무색하지 않게 두 시간 동안 산과 언덕들을 넘자 숲속의 조그마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도 키갈리에서 40㎞ 떨어진 이곳의 마을회관에선 르완다 전통 방식의 마을 재판인 ‘가차차 법정’이 열리고 있었다. 여느 법정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판사는 푸른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30대 청년이었다. 검사와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 10시반께, 분홍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 앙투안 루고로로카가 들어섰다. 후투족인 앙투안은 13년 전 같은마을에 살던 12살 투치족 소년 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장이 없어진 정황과 그날 앙투안의 행적을 잇달아 증언했다. 1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던 장의 어머니, 발레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 아들의 대부였어요. 당신을 좋아하던 그 아이를 왜 죽였나요?” “나도 그때 무서웠어요. 믿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투치족 아내를 뒀던 저도 위협했어요.” 앙투안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술렁였다. “그가 부인을 잃고 마음고생이 컸다.” “그는 인종청소 초기부터 마을의 투치족들을 공격했다.” 증언이 엇갈렸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