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천글 (Editor’s Picks)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지만 참회하는 당신을 용서합니다”
- 공유 링크 만들기
- X
- 이메일
- 기타 앱
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① 학살에서 화해로 - 르완다
서수민 기자 김경호 기자
» 이웃앞에 선 가해자와 피해자 르완다 수도 키갈리로부터 40㎞ 떨어진 한 마을에서 전통 방식의 마을재판인 ‘가차차 법정’이 열리고 있다. 한 여인(왼쪽 손 든 이)이 가해자(오른쪽 선 이)에게 1994년 인종청소 당시 자신의 아들을 죽인 연유를 묻고 있다. 키갈리/김경호 기자 jijae@hani.co.kr
기아와 에이즈, 내전, 학살로 얼룩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은 무서운 속도로 통합돼가는 세계의 바깥에 섬처럼 방치돼 있다. 그러나 불모의 땅에서도 소중한 희망의 싹은 움트고 있다. 검은 대륙에서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아프리카 민중들의 몸부림을 아홉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바로가기마을법정 통해 고백과 용서…인종청소 아픔 다독여
지난 7월 찾은 르완다의 자바나 마을. ‘천의 언덕 나라’라는 이 나라의 애칭이 무색하지 않게 두 시간 동안 산과 언덕들을 넘자 숲속의 조그마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도 키갈리에서 40㎞ 떨어진 이곳의 마을회관에선 르완다 전통 방식의 마을 재판인 ‘가차차 법정’이 열리고 있었다.
여느 법정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판사는 푸른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30대 청년이었다. 검사와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 10시반께, 분홍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 앙투안 루고로로카가 들어섰다. 후투족인 앙투안은 13년 전 같은마을에 살던 12살 투치족 소년 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장이 없어진 정황과 그날 앙투안의 행적을 잇달아 증언했다.
1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던 장의 어머니, 발레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 아들의 대부였어요. 당신을 좋아하던 그 아이를 왜 죽였나요?”
“나도 그때 무서웠어요. 믿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투치족 아내를 뒀던 저도 위협했어요.” 앙투안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술렁였다.
“그가 부인을 잃고 마음고생이 컸다.” “그는 인종청소 초기부터 마을의 투치족들을 공격했다.” 증언이 엇갈렸다.
1시간 뒤, 판결을 앞두고 발레리가 다시 발언을 요청했다. “나는 오랫동안 당신을 저주했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지만, 당신은 여기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한때 나의 좋은 이웃이었다는 것을. 당신을 용서합니다.” 발레리의 표정은 담담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석 달 동안 97만명이 희생됐다. 아프리카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이 나라에서 학살은 다름아닌 이웃의 손으로 자행됐기에, 나라의 미래는 극도로 암울해 보였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2007년, 르완다는 아프리카 인종 화합과 번영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1년 르완다 정부는 당시 사법제도로는 10만명에 이르는 피의자 가운데 3분의 1도 재판을 받지 못한 채 감옥에서 숨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2001년 가차차(잔디가 깔린 마당이라는 뜻)가 부활됐다.
가차차에서 죄를 자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은 가해자는 파격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다. 이날 앙투안은 그동안 감옥에서 보낸 12년을 고려해, 6개월 사회봉사형에 처해졌다. 사회봉사형을 받은 이들은 피해자들의 집을 지어주거나 도로를 보수하게 된다. 며칠 동안 인종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캠프에도 참여해야 한다.
가차차의 힘은 지역사회에 있다. 참여자들은 증인, 가해자, 피해자 구분없이 함께 당시 상황을 논의하며 집단적 기억을 유도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통합화해위원회의 파투마 은당기자 위원장은 “서구식 법정에서는 가해자가 결코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며 “가차차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로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용서와 자비를 베풀게 된다”고 말했다.
투치족 정부는 이 밖에도 △후투족의 국방장관 등 주요 관직 기용 △노인과 젊은이에 대한 대대적 사면 △감옥내 외국어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투-투치 화합을 유도하고 있다. 집중적인 역사 토론은 후투족과 투치족 분리정책 자체가 식민지 세력에서 강요한 일이며, 르완다의 전통과 무관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르완다의 뿌리깊은 인종 갈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귀향을 꺼리는 난민들이 인근 콩고와 부룬디·우간다에 남아 있다. 가차차의 결과를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언론인 제임스 무니아네자는 “지난 세기 잔혹한 식민통치를 경험한 아프리카에서 인종 갈등은 대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리가 그동안 이뤄낸 작은 성과는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키갈리/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서수민 기자 김경호 기자

기아와 에이즈, 내전, 학살로 얼룩진 검은 대륙 아프리카, 특히 사하라 사막 이남은 무서운 속도로 통합돼가는 세계의 바깥에 섬처럼 방치돼 있다. 그러나 불모의 땅에서도 소중한 희망의 싹은 움트고 있다. 검은 대륙에서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아프리카 민중들의 몸부림을 아홉 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바로가기마을법정 통해 고백과 용서…인종청소 아픔 다독여
지난 7월 찾은 르완다의 자바나 마을. ‘천의 언덕 나라’라는 이 나라의 애칭이 무색하지 않게 두 시간 동안 산과 언덕들을 넘자 숲속의 조그마한 마을이 모습을 드러냈다. 수도 키갈리에서 40㎞ 떨어진 이곳의 마을회관에선 르완다 전통 방식의 마을 재판인 ‘가차차 법정’이 열리고 있었다.
여느 법정과는 전혀 다른 풍경이었다. 판사는 푸른 면바지에 티셔츠를 입은 30대 청년이었다. 검사와 변호사는 찾아볼 수 없었다. 오전 10시반께, 분홍색 수의를 입은 피고인 앙투안 루고로로카가 들어섰다. 후투족인 앙투안은 13년 전 같은마을에 살던 12살 투치족 소년 장을 살해한 혐의를 받고 있다. 마을 사람들은 장이 없어진 정황과 그날 앙투안의 행적을 잇달아 증언했다.
1시간 동안 침묵을 지키던 장의 어머니, 발레리가 입을 열었다. “당신은 내 아들의 대부였어요. 당신을 좋아하던 그 아이를 왜 죽였나요?”
“나도 그때 무서웠어요. 믿지는 않겠지만 그들은 투치족 아내를 뒀던 저도 위협했어요.” 앙투안의 말에 마을 사람들이 술렁였다.
“그가 부인을 잃고 마음고생이 컸다.” “그는 인종청소 초기부터 마을의 투치족들을 공격했다.” 증언이 엇갈렸다.
1시간 뒤, 판결을 앞두고 발레리가 다시 발언을 요청했다. “나는 오랫동안 당신을 저주했어요. 그러다가 깨달았어요. 내 아들은 돌아오지 않지만, 당신은 여기 있다는 것을. 그리고 당신은 한때 나의 좋은 이웃이었다는 것을. 당신을 용서합니다.” 발레리의 표정은 담담했다.
1994년 르완다에서는 석 달 동안 97만명이 희생됐다. 아프리카에서 인구 밀도가 가장 높은 이 나라에서 학살은 다름아닌 이웃의 손으로 자행됐기에, 나라의 미래는 극도로 암울해 보였다.
하지만 13년이 지난 2007년, 르완다는 아프리카 인종 화합과 번영의 상징으로 거듭나고 있다. 2001년 르완다 정부는 당시 사법제도로는 10만명에 이르는 피의자 가운데 3분의 1도 재판을 받지 못한 채 감옥에서 숨질 것이라는 결론을 내렸다. 결국 2001년 가차차(잔디가 깔린 마당이라는 뜻)가 부활됐다.
가차차에서 죄를 자백하고, 피해자들에게 용서를 받은 가해자는 파격적으로 낮은 형량을 선고받는다. 이날 앙투안은 그동안 감옥에서 보낸 12년을 고려해, 6개월 사회봉사형에 처해졌다. 사회봉사형을 받은 이들은 피해자들의 집을 지어주거나 도로를 보수하게 된다. 며칠 동안 인종문제에 대해 토론하는 캠프에도 참여해야 한다.
가차차의 힘은 지역사회에 있다. 참여자들은 증인, 가해자, 피해자 구분없이 함께 당시 상황을 논의하며 집단적 기억을 유도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국가통합화해위원회의 파투마 은당기자 위원장은 “서구식 법정에서는 가해자가 결코 자신에게 불리한 발언을 하지 않는다”며 “가차차에서 피해자들은 가해자의 진심 어린 사과로 자신도 예상치 못했던 용서와 자비를 베풀게 된다”고 말했다.
투치족 정부는 이 밖에도 △후투족의 국방장관 등 주요 관직 기용 △노인과 젊은이에 대한 대대적 사면 △감옥내 외국어 교육 등 다양한 방법으로 후투-투치 화합을 유도하고 있다. 집중적인 역사 토론은 후투족과 투치족 분리정책 자체가 식민지 세력에서 강요한 일이며, 르완다의 전통과 무관하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끌어냈다.
이런 노력을 기울이고 있음에도 르완다의 뿌리깊은 인종 갈등은 쉽사리 사라지지 않는다. 아직도 귀향을 꺼리는 난민들이 인근 콩고와 부룬디·우간다에 남아 있다. 가차차의 결과를 둘러싼 갈등도 끊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언론인 제임스 무니아네자는 “지난 세기 잔혹한 식민통치를 경험한 아프리카에서 인종 갈등은 대륙의 발전을 가로막는 가장 큰 원인”이라며 “우리가 그동안 이뤄낸 작은 성과는 아프리카 대륙의 희망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키갈리/서수민 기자 wikka@hani.co.kr
#life
📈 가장 많이 본 글 (Top Posts)
📍 어디로 떠나볼까? 클릭 한 번으로 전국 인기 여행지 랜덤 추천!
🎲 여행지 결정장애? 클릭 한 번이면 해결됩니다 이번 주말, 갑자기 시간이 생겼는데 어디로 떠날지 정하지 못하셨나요? 혹은 매번 가던 곳 말고 뭔가 새로운 국내 여행지가 궁금하신가요? 그럴 때 필요한 게 바로 ‘랜덤 여행지 뽑기 플랫폼’ 입니다. 예상하지 못한 여행지에서 더 큰 설렘과 특별한 경험을 얻을 수 있어요. 💡 이 플랫폼은 어떤 기능이 있나요? ✅ 특별시·광역시·도 선택 가능 – 특정 지역 내에서만 랜덤 추천 ✅ 전국 랜덤 뽑기 가능 – 완전 무계획 여행도 OK! ✅ 지역별 인기 여행지 기반 추천 – 실망 없는 검증된 여행지 ✅ 네이버 지도 연동 – 클릭만으로 위치 확인 ✅ 복사 버튼으로 결과 공유 가능 – 친구, 가족과 바로 공유 ✅ PC와 모바일 모두 완벽 대응 – 블로그, 앱, 브라우저 어디서든 🎯 직접 뽑아보세요! 다음 버튼을 눌러 당신의 새로운 여행지를 바로 확인해보세요. 누가 알까요? 당신의 인생 여행지가 지금 뽑힐지요! 🎯 한국 랜덤 여행지 뽑기 도(특별시/광역시/도)를 선택한 뒤, 해당 지역의 인기 여행지를 랜덤으로 추천받아보세요. 네이버 지도 · URL/결과 복사 · 나무위키/네이버 검색 도 지원해요! 서울특별시 부산광역시 대구광역시 인천광역시 광주광역시 대전광역시 울산광역시 세종특별자치시 경기도 강원특별자치도 충청북도 충청남도 전라북도 전라남도 경상북도 경상남도 제주특별자치도 📍 선택 지역 중 랜덤 ✨ 전체 지역 중 랜덤 ❌ 시·도 중 하나 이상을 선택해 주세요. ...
✈️ 어디로 떠날까? 클릭 한 번에 추천! 전 세계 인기 해외 여행지 랜덤 뽑기 플랫폼
전 세계 25개국, 한국인이 사랑하는 여행지를 무작위로 만나보세요 이번 휴가, 어디로 떠나야 할지 고민 중이라면? 계획 없이도 특별한 여행을 떠나고 싶다면? 이제는 여행지를 ‘직접 고르지 않아도’ 됩니다. ‘랜덤 해외 여행지 뽑기 플랫폼’ 은 한국인이 즐겨 찾는 25개 인기국가 의 대표 여행지를 무작위로 추천해주는 인터랙티브 도구입니다. 🎯 이 플랫폼은 어떤 기능을 제공하나요? 🌐 전 세계 25개국 중 원하는 국가만 선택해서 뽑기 🔄 전체 국가 중 랜덤 으로 완전 자유로운 추천 📍 각국의 핵심 인기 도시 7~8곳 으로 구성 📱 PC · 모바일 모두 최적화된 반응형 플랫폼 💬 뽑은 결과는 위키피디아 검색으로 연결 🗺️ 구글 지도 및 구글 검색에 즉시 활용 가능 🧭 지금 바로 당신의 해외 여행지를 뽑아보세요! 뽑기 버튼을 누르면, 당신의 다음 목적지가 결정됩니다. 어디가 나올까요? ✨ 🌍 한국인이 사랑하는 해외 여행지 랜덤 뽑기 전 세계 어디든, 클릭 한 번으로 랜덤 추천! 한국인이 가장 많이 찾는 25개국의 대표 여행지를 지금 만나보세요. 일본 태국 베트남 대만 중국 싱가포르 홍콩 필리핀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미국 캐나다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영국 호주 터키 독일 체코 스위스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그리스 뉴질랜드 🎯 선택 국가 내 랜덤 뽑기 🌐 전체 랜덤 뽑기 어디로 떠나볼까요? 🧳 이 플랫폼이 특히 추천되는 사람 📌 여행지를 고르는 데 오래 고민하는 분 📌 친구, 연인, 가족과 뽑기...
🎬 부산국제영화제 2025(BIFF) 완벽 가이드 | 일정·장소·예매·배지·ACFM까지 한눈에
30회 부산국제영화제 — 영화·문화·세계가 만나는 지점 부산국제영화제 2025 는 단순히 영화를 보는 축제가 아닙니다. 매년 가을, 부산이 세계 영화인과 영화 팬들의 중심지가 되는 특별한 계절이죠. 올해는 특히 30주년을 맞아, 아시아 최대 규모의 영화제가 어떤 방식으로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연결하는지 직접 경험할 수 있는 기회입니다. 🎥 스크린을 가득 채우는 감동의 순간, 배우와 감독을 가까이서 만나는 무대, 그리고 글로벌 비즈니스의 장인 ACFM 2025 까지—이 글은 단순한 안내서가 아니라 “영화제의 공기를 오래 머물게 하는 에세이”처럼 읽히길 바랍니다. ✨ 핵심 정보 요약 구분 내용 축제명 부산국제영화제 2025 (30th BIFF) 일정 2025년 9월 17일(수) ~ 9월 26일(금) 장소 부산 영화의 전당 및 주요 상영관 ACFM 2025 2025년 9월 20일(토) ~ 9월 23일(화) , BEXCO Exhibition Center 2 1) 🎟️ 예매 & 배지(Accreditation) 핵심 부산국제영화제 2025 의 열기를 제대로 즐기려면 예매와 배지 시스템을 이해하는 것이 첫걸음입니다. 예매는 ticket.biff.kr 에서 진행되며, 특히 개막작·폐막작은 순식간에 매진되므로 오픈 시간을 정확히 확인해야 합니다. 업계 관계자와 영화 애호가들을 위한 다양한 종류의 배지가 준비되어 있으며, 배지 소지자는 하루 최대 4장의 상영 티켓을 사전 예약할 수 있습니다. ACFM 2025 배지는 글로벌 콘텐츠 시장의 열쇠라 할 수 있죠. 🎫 영화...
댓글
댓글 쓰기
소중한 의견을 댓글로 남겨주세요! (We’d love to hear your thoughts in the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