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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세계 동지’ 신뢰…주요 인프라 ‘중국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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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대륙 희망 찾기 ⑦ 중국, 적인가 동지인가
권혁철 기자 · 서수민 기자
 
  아프리카의 관문 역할을 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오아르(OR) 탐보공항. 보안검색 요원이나 항공사 승무원들은 눈길이 마주치는 동양인들에게 “니하오”(안녕) “쎄쎄”(감사) 등 중국어 인사를 건네곤 한다. 느닷없는 중국인 취급에 한국인이나 일본인은 당황하지만, 이는 그만큼 최근 수십 년간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이 활발했음을 보여준다.
취재진이 아프리카 시골 마을에 가면, 처음 보는 동양인을 향해 아이들이 “시나(중국인)!”라고 외치곤 했다. 60·70년대 일본 부상기에 서구에서 ‘동양인=일본인’이 통하던 것처럼, 오늘의 아프리카에서는 ‘동양인=중국인’이라는 인식이 자리 잡았다.
70년대부터 무상원조 공세… 전 지역서 ‘차이나 바람’
자원 놓고 미·중 패권 다툼… 현지 노동력 비활용 불만도
  
   
  아프리카 주요 산업 기반의 상당 부분은 ‘중국제’로 구축됐다. 대표적 사례가 수단이다. 산유국임에도 정유시설이 부족하던 수단은 2000년 완공된 하르툼 정유공장을 통해 본격적인 석유 수출국으로 도약했다. 이 공장은 중국국영석유회사(CNPC)와 수단 광업에너지부가 합작했으며, 제트 연료·중유·엘피지를 생산한다. 가동 기술과 엔지니어의 상당수 역시 중국에서 왔다. “서구와 달리 중국은 정치에 간섭하지 않고 비즈니스를 안다”는 현지인의 평가는 이러한 맥락을 드러낸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은 1950~60년대 제3세계 외교에서 출발해, 1970년대부터는 공공건물·체육관·병원·도로·주택·학교 등 무상 원조로 신뢰를 쌓았다. 식민지배 기억 때문에 서방에 거부감이 강한 지역에서 중국은 비동맹 운동의 동반자이자 독립투쟁 지원국으로 인식되며 비교우위를 확보했다.
중국은 금융·기획·설계·감리까지 턴키 방식으로 제공하고, 인권·민주주의 같은 까다로운 조건을 내걸지 않는 내정 불간섭 원칙을 고수한다는 점도 매력 요인이다. 이른바 ‘베이징 컨센서스’는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도 성장전략을 설계할 수 있다는 신호를 주며, 국제사회의 제재를 받는 국가들에 현실적 대안을 제시한다.
하지만 중국이 환영만 받는 것은 아니다. 값싼 중국산 공산품이 현지 산업기반을 약화시키고, 도·소매 유통까지 파고들며 ‘자원 약탈’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또한 대규모 프로젝트에 현지 노동력을 충분히 활용하지 않는 관행은 빈번한 불만의 원인이 된다.
잠비아 루사카 북쪽 300km 참비시는 중국이 8억 달러를 투자해 경제무역특구로 키우는 곳이다. 그러나 노조 탄압·안전 경시 논란, 임금 체불 시위, 일부 지역의 폭력 사태 등으로 반중 감정이 고조되기도 했다. 나이지리아 유전지대에서는 무장세력의 중국인 대상 납치·피해 사례가 보고됐다. 중앙정부와의 이권 중심 접근이 지역사회와의 갈등을 낳는 장면이다.
 
  중국은 현재 자국 원유 수입의 상당 비중을 아프리카에서 조달하며, 석유·광물 자원 확보에 전략 초점을 맞춘다. 특히 석유를 둘러싼 미·중 주도권 경쟁은 ‘아프리카 패권 경쟁’이라는 비판을 낳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프라 건설과 상업 네트워크 확장은 여러 도시의 생활 여건을 개선하는 결과도 가져왔다.
■ 베이징 컨센서스 vs 워싱턴 컨센서스
베이징 컨센서스는 미국 주도의 워싱턴 컨센서스에 대한 대안 개념으로, 정치적 자유화 요구 없이 시장 요소를 도입하는 중국식 발전국가 모델을 지칭한다. 워싱턴 컨센서스가 세제개혁·무역/투자 자유화·탈규제 등 표준 처방을 내세운 데 비해, 베이징 컨센서스는 내정 불간섭을 전제로 권위주의 체제에서도 경제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 접근으로 이해된다.
결국 질문은 단순한 ‘적/동지’의 이분법이 아니다. 아프리카 각 국이 지역사회와의 이익 공유, 현지 고용 확대, 투명한 계약을 이끌어내며 중국과의 협력을 조정할 수 있다면, 인프라와 산업의 질적 성장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충분하다. 반대로 이 조건이 충족되지 않으면 마찰과 반감은 지속될 것이다.
#lif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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